2014.08. 라오스 여행(2) - 방비엥

(Feat. 변하지 않았던 그때)



  오늘은 방비엥에서의 둘째날! 즉 내가 방비엥에 온 이유 중 하나인 카약투어를 하는 날이다. 지금이야 카약투어하는 여행사들이 방비엥에 많이 있겠지만 이때 당시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가 폰트래블 밖에 없었고 더군다가 동남아 혼자여행이 익숙치 않을때라 현지여행사 투어를 예약하기가 겁이 났었다. 


  하여튼 방비엥은 무척이나 작은 곳이니 폰트래블 여행사를 찾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은 아니라서 첫째날 직접 찾아가서 예약! 그리고 아침 9시까지 여행사 앞으로 오면 된다하여 어슬렁거리며 숙소 밖을 나섰다.


 

  내가 예약한 건 full day kayaking trip으로 코끼리 동굴구경, 머리에 렌턴끼고 튜브타고 물에 잠겨있는 동굴구경, 점심먹고 카약킹하는 코스로 지금에서 다시 보니 와놔....어쩐지 힘들더라... 카약킹을 3시간이나 했었다. 





 

  삼삼오오 투어하는 사람들이 모여지면 뚝뚝을 타고 어느 산골마을 같은 곳으로 가서 한참을 걸었던 거 같다. 길을 걷다보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던 날





  

  코끼리 동굴인 이유가 정면으로 보이는 저 바위가 코끼리 모양이라고 해서 코끼리 동굴인데 사실 별 감흥이 없어서 빨리 렌턴 머리에 울러메고 워터동굴에 가던가 아니면 점심 먹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다들 하나둘씩 렌턴을 받아들고 광부마냥 머리에 장착 후 동굴까지 연결되어 있는 줄을 잡고 튜브에 내 엉덩이를 의지한채 동굴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는 코스! 미친듯이 재미있는 건 아닌데 이런게 처음이고 어쩌면 같이 투어하는 외국인들이 익사이팅하게 소리질러줘서 재미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동굴은 짧고 좁아서 다른 투어사에서 온 투어리스트들이 나올때까지 한참을 기다렸다가 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까지 잊을 수 없는 볶음밥과 꼬지!! 진짜 JMT!!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사는 유쾌한 한국언니들!! 진짜 진정한 썅마이웨이 삶을 사는 언니들 때문에 외롭지 않았던 카약투어



  혼자여행와서 사진찍기도 참 그랬는데 언니들이 계속해서 찍어 준다해서 신나게 카메라 앞에서 쇼하던 모습 




  

  카약을 하면서 양옆으로 있는 돌산들과 구름, 파란하늘들은 장관을 이루었으나 역시 나는 이때부터 저질체력이였나 보다. 진짜 너무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비엔티엔에 하루 있을때 만났던 유럽피언애들이 방비엥에서 카약하면 꼭 긴바지 입고 하라며 너 만약에 긴바지 안입으면 우리처럼 될꺼다라고 하며 자기네들의 다리를 보여주는데 세상마상에 썬텐이 아니라 이건 그냥 화상입은 다리였다. 

  

  만약 비엔티엔에서 그들을 안만났으면 나도 아마 소시지구이가 되어 있었을 것이라는게 예상되는 뜨거운 방비엥의 햇볕아래서 시간가는 줄 모른채 계속 노를 저었다. 


  

  카약을 하다보면 중간중간에 튜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보통 튜빙을 하다가 쉬고 싶으면 강가에 줄지어 있는 노천Bar로 소리를 지른다. 그러면 Bar 직원이 1L생수통에 줄을 매달아 튜빙하는 사람한테 던져주고 사람들은 그 줄을 잡고 비엔나 소시지 마냥 물밖으로 나오는 시스템!  언젠가 나도 튜빙을 하면 저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강가 가게들이 불법이라고 없어졌다고 한다. 계속 글을 쓰면서 느끼는거지만 격세지감, 방비엥의 추억들!  



  튜빙하다가 Bar로 가서 맥주도 한잔하고 Bar 옆에는 발리볼을 할수 있는 네트도 있어서 남녀노소 가릴거 없이 신나게 노는 서양인들



  

  우리도 Bar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카약을 탔다. 이때 나는 다시는 내가 카약타면 사람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4년이 지난 지금 나는 돈뎃에서 카약을 타고 이라와디 돌고래를 보기 위해 캄보디아까지 가는 투어를 했으니....나는 사람이 아닌가 봉가 






  도착지점에 다왔을 때쯤 하늘이 도왔는지 마침 스콜이 내리기 시작했다. 스콜이 미친듯이 퍼붓기 시작하니 물살들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덩달아 튜빙하는 사람들이 세탁기 안에 있는 옷마냥 물살에 빨려들어가는 위험천만한 상황들이 연출되었다.



  투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시 쉬다가 저녁도 먹어야하고 방비엥에서의 마지막인 하루가 아쉬워 무작정 거리를 배회했다. 






  다시 꼭 라오스에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게해준 추억은 대단한 장난감 하나 없이도 천진난만하게 깔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였다. 베트민턴을 치다가 저멀리 공이 떨어져서 내가 주워주니 수줍게 "컵짜이"라고 말해주는 소녀, 리어카바퀴 저거 뭐시라고 저걸로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 


  

스콜이 오는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는 풍경




  거리를 생각 없이 배회하던 중 저멀리서 어디서 익숙한 얼굴의 한 백인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알고보니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가는 미니벤을 탔을때 바로 내 옆에 앉았었던 잉글랜드인 알렉스!!! 

  갑작스런 급만남에 반가워서 '오늘 너는 뭐했니?'를 미주알고주알 말하다가 알렉스가 갑자기 자기 친구들이랑 저녁먹을 건데 같이 너도 갈래라고 말해서 나도 모르게 선뜻 그래! 라고 따라 갔더니 레스토랑에는 등발좋은 더치남자, 데인남자가 먼저 앉아 있었다.


  외국에 살아본적도 당연히 없거니와 일본, 말레이시아, 마카오 정도만 여행한게 전부였던 때라 백인남자들 사이에 둘러쌓여서 밥을 먹는다는게 공포로 잠시 다가왔었다. 

  그러나 내가 어색하고 불편할까봐 한국어로 cheers가 뭐냐고 물어보며 건배라고 말해주니 다같이 비어라오 한병씩 들고 '건배'라고 외쳐주고 최대한 천천히 영어로 말해주는 배려깊은 아이들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피지컬좋고 정말 잘생긴 더치친구! 저 친구 덕분에 언젠가 유럽여행을 하게 된다면 네덜란드는 굳이 가야하나라는 생각을 쌍그리 지우게 해주었다. 지금까지도 내가 본 유럽애들 중에서 저 친구보다 잘생기고 쏘스윗한 애를 본적이 없다. 라오스다음에는 미얀마로 간다고 했는데 저 친구 지금도 저 얼굴 유지하면서 잘살고 있을려나.....


 

  그렇게 Bar에서 포켓볼 칠사람은 포켓볼치고 나는 프리미어리그 보면서 맥주한잔 기울이며 온갖 국적의 사람들과 인사를 했던 밤 


  

  그렇게 여러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브로큰 잉글리쉬가 한계에 치닫고 있을때 잉글랜드 친구 알렉스가 건너편 Bar로 옮겨서 놀자며 다시 다가왔다. 팔랑귀인 나는 별 고민없이 그의 뒤를 따라 갔는데 그곳이 나중에 그렇게 유명해진 사쿠라바 였다는 것을 추후 꽃보다 청춘을 보고 알았다. 


  사쿠라바에 들어서니 어느 또 커다란 미국인 아이가 말을 걸기 시작했고 자기의 고향은 디트로이드라고 말하길래 바로 내가 "에미넴"이라고 하니 새삼 반가운 표정으로 대면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비어퐁을 가르쳐주었고 이때 이후로 서양놀이문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오픈마인드 서양친구들 덕분에 서양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무너지게 된 밤이였다. 방비엥은 길거리에서 방금 본 사람을 또 마주칠 만큼 작은 시골마을이였지만 나에게 그곳은 나를 더 먼 나라로 데려다 주게 된 곳이기에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큰 시골마을, 방비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