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 라오스 여행(1) -  비엔티엔 도착, 그리고 방비엥

(Feat. 변하지 않았던 그때)




  최근 추석연휴로 라오스남부지역인 팍세, 시판돈(돈뎃)을 다녀왔다. 2014년 8월 말이였던 첫 라오스여행은 짧은휴가로 인해 방비엥, 비엔티엔에서만 시간을 보냈지만 이 여행으로 인해 동남아여행은 여자혼자도 갈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간만 있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배낭하나 둘러메고 잘 떠날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 나라, 나에게는 고마운 라오스  


  그러나 "꽃보다 청춘"이 방영하고 난 이후로는 너무나도 변해버렸다는 방비엥, 루앙프라방. 특히나 방비엥은 라오스의 가평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한국인여행자가 대부분이고 그로인해 방비엥사람들의 순박한 눈빛들이 변해버렸다는 소리를 들었다. 

  좋았던 기억들이 많은 방비엥을 이번 연휴에 다시 가볼까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지금 다시 가면 좋았던 기억들이 망쳐질거 같았기에 결국 이번 연휴는 남부지역 여행을 선택했고 그 후기를 쓰기전 잠시나마 혼자 추억하고자 4년이 지났지만 방비엥, 비엔티엔의 여행일기를 쓰려고 한다.   



  지금이야 에어부산에서 비엔티엔 다이렉트 비행기가 있지만 2014년에는 다이렉트가 없어서 베트남항공을 타고 하노이를 잠시 경유해서 갔다. 그런데 얼떨결에 라오에어라인이랑 코드쉐어가 되어 라오에어라인도 타보게 되었던 좋았던 기억   



  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밤7시쯤이 되었고 이때 당시 공항이 참 열악해서 수화물 찾는데 1시간이나 걸려 시간도 늦었고 그냥 공항에서 환전하고 숙소에 도착! 그때나 지금이나 숫자에 약한 나로써는 라오스 화폐단위는 계속 헷갈린다. 



  지금은 없어진 비엔티엔의 sihome guest house. 나름 우리나라 돈으로 1박에 7000원에 에어컨 딸리고 조식까지 주는 도미토리룸이여서 꽤 평타쳤던 곳



  이때 당시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은 나혼자였으며 지금보다 더 발영어로 말하던 시절이라 참 외로웠던 여행 첫날! 그래도 뭐 여튼 그다음날 방비엥으로 떠나야하니까 게스트하우스 프론트로 가서 방비엥으로 가는 미니벤을 예약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때 미니벤 컨디션은 참 괜찮았다는 것을 인지 하지 못했다. 왜냐? 말레이시아 이후로 동남아는 여기가 처음이였기에 다 이정도의 미니벤 컨디션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이때는 비엔티엔에서 방비엥까지 미니벤으로 3시간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중간에 휴게소를 한번 들르게 되는데 라오스와서 처음으로 "쉼터"라는 한글을 보게되어 참 반가웠다. 







  3시간뒤 방비엥에 도착. 방비엥 메인거리에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 나를 떨어트려주어서 한 10분에서 20분 정도 걸었던 기억이 난다. 



  우기가 끝날무렵이라서 방이 많이 남아 있겠지라는 생각에 방비엥 숙소는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해서 나름 론니플래닛에서 소개해준 "그랜드 뷰 게스트 하우스". 지금은 찾아보니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바뀐듯 하다. 이제와서 영수증을 찾아보니 2박에 30.000낍이면 가성비 좋았던 곳 


  

  나혼자 잔다고 분명 말했는데 싱글침대, 더블침대 있는 방 주기 있기 없기? 편함과 동시에 침대2개로 인해 잠시 혼자의 외로움이 더 가중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로움은 잠시고 게스트하우스 이름에 걸맞게 뷰가 너무 좋았다. 잠시 뷰를 감상하면서 저녁은 나도 저기 보이는 식당에서 먹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이야 블루라군가는게 여행패키지에 있는 듯 했으나 바야흐로 2014년에는 버기카, 자전거, 뚝뚝이로 가던 시절이였고 혼자 뚝뚝이를 타기에는 가격은 너무 비싸 결국 자전거를 빌렸다. 아마 아침부터 오후 7시까지 빌리는데 2000원에서 3000원 정도 했었던거 같다. 어떤 자전거를 빌릴까 한참 고민하던 중에 가방이랑 물병 보관이 용이 할것 같은 바구니달린 자전거를 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MTB 자전거가 아닌 일반 바구니 자전거가 나에게 어떠한 시련을 안겨다줄지 모른채 말이다.   



  

  자전거를 빌리고 콜라하나 살려고 가게에 들려 계산을 하고 나서는데 순간 미친듯이 스콜이 퍼붓기 시작했다. 타이밍 지리는 이 순간에 급 당황해서 이걸 어쩌나하고 멍때리던 중 나를 보며 손짓으로 있다가라고 말해준 친근한 가게주인 아주머니, 그리고 귀여운 딸

 라오스사람들의 순박함을 느끼기 시작했던 건 아마 이때부터 였던거 같다. 비가 오는게 마냥 좋은지 맨발로 밖을 나가려는 귀여운 아기와 나가지 말라며 웃으며 아기를 달래는 엄마 


  

  대충 현지인들에게 손짓발지 해가면서 묻고 물어서 블루라군으로 향해 가고 있는데 저멀리서 유럽피안으로 보이는 50대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대략 8km가 걸린다며 힘들지만 갈수 있다라고 말해주었다. 숫자 감각 없는 나는 또한 8km가 나에게 어떠한 숫자인지도 모른채 그냥 가면 되겠지라는 치기어린 패기를 원동력 삼아 자전거 패달을 밟기 시작했다. 




  나름 많이 간거 같은데 7km은 더 가야 나오는 블루라군  



 

  이정표를 보고 다시 길을 나서려던 중 갑자기 저멀리서 막대사탕을 든 아이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보고 지나칠려고 했으나 사탕껍질을 까지 못해서 껍질채 사탕을 먹을려는 아이들을 발견! 나도 모르게 까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바디랭기지로 사탕까는 모션을 보이니 한아이가 서슴없이 사탕을 나에게 주었고 바로 하나까서 돌려주니 나머지 아이들이 벌때처럼 저도나도 나에게 사탕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나 혼자 아이들 사탕을 까는게 버거워 보였는지 지나가던 근처 호텔직원도 나를 도와 같이 사탕을 까기 시작했다.  




  

  "컵짜이" 한마디씩하며 만족하며 다시 자기 갈길 가는 아이들. 낮선 이방인에게 의심의 눈초리 하나 없이 사탕까달라며 사탕을 건네는 순수한 아이들 덕분에 모르는 언어, 모르는 길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 했다.



  

  스콜 때문인지 곳곳에 물웅덩이 퍼져있었고 그와 함께 콤비를 이루는 커다란 돌들은 서서히 나의 저질체력을 바닥내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왜 아까 스쳐지나갔던 중년의 유럽피언 부부가 MTB 자전거를 빌렸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쩌겠는데 가긴 가야지...그래도 가는 길 사이로의 풍경들이 너무 예뻐서 잠시나마의 안구정화로 자그만한 셀프위로를 한채 정처없이 앞만보고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중에 많은 소들도 보았는데 신기하게 얘네들은 "니는 니 갈길가라, 나는 내 갈길간다." 가는 느낌으로 항상 멀찌감치 나를 처다보고 있었다.  


  

  정처없이 패달을 밟다보니 어느순간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오기 직전까지 왔다. 진짜 자전거 버리고 뚝뚝이만 있으면 어떻게든 실려서 돌아가고 싶을때쯤 저멀리고 DSLR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노랑머리 서양인들을 발견했다. 

  그들 또한 다죽어가는 내 얼굴을 보는 순간 "keep going" "almost there" 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들 덕분인지(?)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블루라군에 도착하게 되었다. 




  얼마였을까?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여튼 돈을 내고 들어간 입장권받아서 들어가게 된 블루라군   






  도착했던 시간이 대략 4시에서 5시 사이였던거 같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다 돌아가고 몇몇의 중국인 여행자들만 블루라군에서 물놀이하는 것을 포착했다. 

  나도 잠시 물속에 들어가볼까 생각했지만 나는 수영도 잘 못하고 구명조끼 또한 빌리는 곳을 찾지못해서 그냥 맥주한잔하며 사람구경이나 하며 쉬기로 맘먹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착하자 마자 너무 힘들어서 한병 시원하게 들이킨 비어라오



  

  아직 우기가 덜 지나서인가? 내가 생각했던 물색깔이 아니여서 꾸역꾸역 자전거를 타고 블구라군에 온 걸 조금은 후회했다. 그래도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인 것을...지금은 아마 여기에 한국 수영장같은 느낌 이겠지?



  잠시나마 비어라오로 목을 축이면서 쉬고 있는 타이밍에 불현듯 돌아가는 길에 대한 걱정이 내 머리속을 스쳤다. 특히나 도착했을 때가 오후5시쯤이였으니 지금 빨리 다시 돌아가지 않으면 어둑어둑한 배경사이로 곳곳에 패어져있는 물웅덩이를 피해가며 자전거를 타야하기에 얼른 다시 출발을 해야했었다. 


  그러나 도저히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갈 엄두를 못내고 있던 와중에 한 뚝뚝이 아저씨가 나와 딜을 하기 시작했고 알고보니 이 뚝뚝이 아저씨는 어느 벨기에 가족이 고용한 기사였다. 

  속으로는 올레를 외쳤지만 겉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티가 나면 이 뚝뚝이는 절때 내가 제시한 가격에서 디스카운트를 안해줄것이라고 생각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아저씨와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딜에 성공! 결국 내 자전거는 뚝뚝이 천장위로 실려가고 내 몸은 벨기에 가족과 함께 실려갔다.  



  뚝뚝이를 타면서 든 생각은 만약 뚝뚝이를 안탔으면 가로등하나 없는 저 길거리에서 엉엉 울면서 한참 늦게 숙소로 돌아왔을(?)것이 아니고 길 한복판에서 울면서 못돌아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즉, 그만큼 어둠은 빨리 찾아 왔고 내가 이만큼이나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게 감격적일 만큼 먼 거리였다. 하여튼 오늘 하루는 빨리 가서 쉬어야한다. 왜냐면 방비엥의 하이라이트인 카약킹투어를 위해 체력을 비충해야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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